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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을 쥐고 있으면 투자를 못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한때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한 번 크게 흔들리고 나서야, 포트폴리오 안에 고요하게 자리 잡고 있던 현금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를 데이터로 직접 확인하게 됐습니다. 분산투자는 수익을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미래를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자세에서 시작된다는 것도요.



금리순환이 알려주는 것: 계절은 반드시 바뀐다

일반적으로 금리는 중앙은행이 결정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실제 체감되는 금리는 시장이 먼저 움직입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전에, 채권 시장은 그 예상을 선반영해 장기 금리를 미리 끌어올려 놓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호실적이 나와도 주가가 꺾이는 이유와 구조적으로 같습니다.

여기서 기준금리(Policy Rate)란 중앙은행이 금융기관과 하루짜리 초단기로 돈을 빌려주는 금리를 말합니다. 이와 달리 장기금리는 10년 만기 국채 등 오랜 기간의 돈값을 뜻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미래 물가 기대가 직접 반영됩니다. 두 금리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제가 지난 몇 년간 엑셀로 금리 흐름을 기록하면서 가장 선명하게 느꼈던 것은, 금리에는 추세적 방향이 없다는 점입니다. 주가나 부동산은 장기 우상향하는 경향이 있지만, 금리는 오르면 내리고 내리면 다시 오릅니다. 이 순환은 경기 사이클(Business Cycle)과 맞물립니다. 경기 사이클이란 경제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주기를 말하는데, 고금리가 경기를 짓누르면 결국 금리를 내려 경기를 다시 자극하고, 그 자극이 과열되면 또 금리를 올리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지금 시점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장단기 금리 역전(Yield Curve Inversion) 가능성입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란 통상 단기금리보다 높아야 할 장기금리가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으로, 시장이 미래 경기 둔화를 예상할 때 나타납니다. 연준(Fed)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동시에 장기금리가 내려오는 국면이 되면, AI 인프라 투자에 자금을 조달하는 빅테크 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 기업 사이의 격차는 한층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출처: 연방준비제도(Fed)).

설비 투자가 늘어날수록 자금 수요가 커지고 금리는 위로 당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빅테크는 신용도가 높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중소 기업들은 훨씬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합니다. 자본비용(Cost of Capital)이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말하는데, 이 차이가 6%p만 벌어져도 가격 경쟁에서 이미 게임은 끝납니다. 제가 직접 엑셀로 시뮬레이션해봤는데, 조달 금리 차이 하나만으로 같은 사업 모델이 흑자와 적자로 갈리는 케이스를 확인하고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 기준금리: 중앙은행이 결정, 단기 초단기 자금 비용
  • 장기금리: 시장 참여자의 미래 물가 기대가 반영, 선행적으로 움직임
  • 금리 인상 국면: 자본비용 차이가 기업 경쟁력 격차로 직결
  • 장단기 금리 역전: 경기 둔화 신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음
요약: 금리는 계절처럼 순환하며, 그 순환 속에서 자본비용의 차이가 기업과 자산의 명암을 가른다.

 

자산배분이 마인드 컨트롤인 이유: 제 엑셀이 증명했습니다

분산투자를 하는 이유가 "미래를 예측해서 떨어지기 전에 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몇 차례 하락장을 직접 겪으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이번 급락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S&P 500의 100년 차트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우상향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믿기 어려울 만큼 격렬하게 흔들렸습니다(출처: S&P Dow Jones Indices).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매달 말일에 섹터별 비중과 현금 비중을 점검하는 습관을 들였는데, 시장이 뜨거울 때 예금과 현금 항목을 볼 때마다 '이걸 왜 들고 있나' 싶어 답답했습니다. 주변에서 특정 종목으로 수백 퍼센트 수익을 냈다는 얘기가 들릴수록 그 답답함은 커졌습니다. 그런데 하락장이 오자, 그 초라해 보이던 현금이 평단가(Average Cost)를 낮출 수 있는 유일한 실탄이 됐습니다. 평단가란 분할 매수를 통해 보유 주식의 평균 취득 단가를 낮추는 전략을 말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분산투자의 진짜 기능은 수익률 최적화가 아니라, 쏠림의 유혹을 버텨내는 심리적 방어막입니다. 특정 네러티브(Narrative)가 강해질 때, 즉 "AI는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와 실제 주가 상승이 서로를 증명하며 강화되는 국면에서, 사람들은 그 서사에 자산 전체를 쏟아붓는 쏠림(Concentration Risk)에 노출됩니다. 쏠림(Concentration Risk)이란 특정 자산이나 섹터에 포트폴리오가 과도하게 집중돼 변동성 리스크가 극대화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 쏠림을 막아주는 장치가 바로 현금, S&P 500 인덱스 펀드, 그리고 금(Gold)의 조합입니다. 세 가지는 각각 다른 시나리오에서 빛을 발합니다. 강한 성장이 지속된다면 S&P 500이 그 과실을 흡수합니다. 반면 부채 문제가 임계점을 넘어 화폐를 찍어 갚는 상황이 오면, 실물 화폐인 금의 가치가 점프업합니다. 그리고 그 험프(Hump), 즉 기대와 의심이 교차하는 긴 진통의 시간 동안 저를 붙잡아주는 건 현금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현금이 없었다면 패닉 셀(공황 매도)은 피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K자형 양극화(K-shaped Recovery)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K자형 양극화란 경기 회복 국면에서 상위 계층과 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하위 계층은 오히려 더 침체되는 구조적 분화 현상을 말합니다. 이 구조가 심화될수록 통화 정책은 서민 경제를 의식해 충분한 긴축을 하지 못하고, 역설적으로 빅테크는 정책적 수혜를 간접적으로 누리게 됩니다. 제 포트폴리오에서도 K자의 상단에 해당하는 자산, 즉 S&P 500 ETF의 비중을 의식적으로 높여온 것이 이 흐름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요약: 자산배분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공격 전략이 아니라, 쏠림의 유혹과 패닉을 막아주는 수비적 제어 장치다.

 

자주 묻는 질문

Q. 분산투자를 하면 수익률이 낮아지는 거 아닌가요?

A.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시장이 뜨거울 때 현금이나 금 비중이 포트폴리오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하락장에서 평단가를 낮출 수 있는 기회를 잡게 해준 것은 결국 그 '초라해 보이던' 현금이었습니다. 장기 누적 수익률로 비교하면 체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Q. S&P 500 ETF에 장기 투자하면 정말 수익이 납니까?

A. 2008~2009년 금융위기 저점 당시 S&P 500 지수는 670선 근방이었고, 지금은 7,500선을 넘어섰습니다. 물론 저점을 정확히 잡는 건 불가능하지만, 추세적으로 S&P 500은 가장 경쟁력 있는 500개 기업을 자동으로 리밸런싱하는 구조입니다. 워런 버핏도 비슷한 취지로 S&P 500 인덱스 장기 보유를 권한 바 있습니다. 단, 단기 급등을 기대하는 접근은 이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Q. 금리가 오르면 주식은 무조건 떨어지나요?

A.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주식에 부정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현실은 훨씬 복잡합니다. 단기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잡는 신호로 해석되면 장기금리가 오히려 내려오고, 이것이 성장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리 인상 여부보다 시장이 그 인상을 어떤 맥락으로 읽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Q. 포트폴리오에 금(Gold)을 꼭 넣어야 하나요?

A. 금은 어떤 때는 쓰레기처럼 느껴지고 어떤 때는 가장 빛나는 자산이 됩니다. 전 세계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성장이 아닌 화폐 발행으로 부채를 해결하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종이 화폐 가치 하락의 반대편에 있는 금이 프리미엄을 받습니다. 포트폴리오에 시나리오 헤지(hedge) 용도로 일정 비중을 배치해두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라고 봅니다.

 

결론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제 엑셀 화면을 다시 펼칩니다. 지난 하락장에서 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때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숫자로 남아 있습니다. 그 기록이 "지금 이 급락이 세상의 끝이 아니다"라는 걸 조용히 상기시켜 줍니다. 오건영 단장님이 말한 것처럼, 고점이었던 날의 일기를 남겨두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분산투자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S&P 500, 현금, 금을 적절히 섞어두는 포트폴리오는 단기 급등장에서 항상 누군가보다 뒤처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 지루한 수비가 길게 보면 가장 독한 전략이었습니다. 미래를 모른다는 사실을 포트폴리오 안에 구조적으로 반영해두는 것, 그것이 분산투자의 진짜 의미라고 지금도 확신합니다.

 

📌 참조 출처(Reference URL)

참조 URL: https://www.youtube.com/watch?v=mm3nI9TZymg